푸른초장

진리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김재홍 목사)

정형철
2026-07-10

지난주 창립 60주년 기념 감사 예배를 통해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유관재 목사님께서 후임 목사인 저를 균형 감각이 좋은 목회자라고 칭찬해 주셔서 내심 감사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균형 잡힌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가치를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오히려 균형을 잃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균형을 추구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균형과 중립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균형은 여러 가치 사이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분별하며 지혜롭게 무게를 잡지만, 중립은 판단을 유보한 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지켜보는 태도입니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문제, 반드시 붙들어야 할 가치인 사랑과 정의 앞에 판단을 미루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선택을 하고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태도 뒤에는 대개 두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하나는 위험을 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저울추를 쥐고 있다는 착각입니다. 아주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태도로 삶의 주도권을 끝까지 자기가 쥐고 있는 것입니다. 관망하는 삶은 편하여 부딪히지 않고, 다치지 않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이 지나간 자리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자신을 던져 본 적이 없기에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없이 그저 시간이 흘러갈 뿐입니다. 그것은 안전이 아니라 정체입니다. 진리는 우리를 선택의 기로에 세워 그 앞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 남을지, 응답하는 사람으로 설지를 결단케 합니다. 머뭇거림이 길어질수록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답을 살아 내고 있는 것입니다.


“두 마음을 품어 모든 일에 정함이 없는 자로다.” (약 1:8)

김재홍 목사(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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