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나남이라는 도시에 한 여자 거지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젊은 여자인데 남루한 옷을 입고, 구걸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젊은것이 무엇을 못해 거지가 됐느냐’며 욕설을 퍼붓고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싱글벙글 웃기만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8·15 광복이 되고 나남에 소련군이 진주하였을 때 그 여자 거지가 소련군의 장교 옷을 입고 중위의 견장을 달고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거지가 아니라 소련군의 간첩이었던 것입니다. 이 거지 여인이 조롱하고 업신여기는 사람들 앞에서 태연하고 여유 있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소련군 장교로서 자기의 사명에 대하여 긍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를 거지로 알고 함부로 대하고 경멸해도 그 상황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알고 남이 모르는 사명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를 대단치 않게 생각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극단적으로는 피해망상 증세를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자화상이 있으면 남이 몰라주고 빈정대고 업신여긴다고 해도 그것에 눌리거나 지배받지 않습니다. 비난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창조하고, 사랑하며, 사명을 주고, 기대하는 하나님의 유일한 작품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선한 일을 하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만드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미리 준비하신 것은, 우리가 선한 일을 하며 살아가게 하시려는 것입니다”_엡2:10(새번역)

유관재목사 드림(201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