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셰(touché)’

펜싱 경기는 점수를 판별하기 힘든 운동입니다. 칼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찌른 사람조차도 제대로 찔렀는지, 빗나가게 찔렀는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전자장비가 갖추어진 옷을 입고 경기를 합니다. ‘삐’소리가 나면 전자장비에 의해 누가 누굴 찔렀는지를 판별하고 점수를 냅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전자장비 없이 점수를 판독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펜싱 경기 중에 단 한 사람만큼은 점수가 났는지 안 났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칼을 맞은 사람입니다. 펜싱은 득점하면 ‘투셰’라고외칩니다. 이 ‘투셰(touché)’는 ‘찔렀다’라는 뜻이 아니라 ‘찔렸다’라는 뜻입니다. 자신이 찔린 것을 선언할 수 있는 겸손한 용기가 원래 펜싱의 정신입니다. 자신의 실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펜싱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완벽함 때문에 우리를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부족한 우리를 사용하십니다. 나의 부족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것이 겸손입니다. 사도바울은 자신의 약한 것을 자랑한다고 고백하며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한계를 뛰어넘는 위대한 역사를 그에게 보여줬습니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나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이 함께하면 할 수 있다’고 고백하는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15:10)

유관재목사 드림(2017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