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양말

박노해 시인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하자 그는 자기의 시 ‘참사람이 사는 법’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손해 보더라도 착하게/ 친절하게 살자/ 상처 받더라도 정직하게/ 마음을 열고 살자/ 뒤처지더라도 서로 돕고/ 함께 나누며 살자/ 우리 삶은 사람을 상대하기보다/ 하늘을 상대로 하는 거다/ 우리 일은 세상의 빛을 보기보다/ 내 안의 빛을 찾는 거다’. 

기자가 인터뷰 도중 검은색 일색인 박노해 시인의 옷차림에서 빨간 양말이 문득 눈에 띄었습니다. “왜 빨간 양말인가”라는 질문을 하자 그는 “내 열정은 발바닥에 있다”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그러곤 “사랑은 발바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발바닥 사랑’만을 믿는다.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더 변덕스럽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간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머리에만 있는 지식은 지식이 아닙니다. 머리에만 있는 말씀은 말씀이 아닙니다. 그 지식과 말씀이 가슴으로 내려오고 발바닥까지 내려와야 합니다. 나눔을 머리에 가두면 안 됩니다. 가슴에 담고 발로 움직여야 합니다. 실천하는 믿음과 나눔으로 행동하는 것이 참된 믿음입니다.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지리라”(잠11:25)

유관재목사 드림(2017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