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과 가위

 

‘롤랑 바르트’는 20세기 중엽에 활동한 프랑스의 평론가입니다. 파리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신비평의 대표적 학자로서 사회학·정신분석·언어학의 성과를 활용한 대담한 이론을 전개하였습니다. 대단한 지성의 소유자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극단적이고 비약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의 책 「기호의 제국」은 일본 여행을 하고 난 후 쓴 글입니다. 그 책에 젓가락에 대한 멋진 묘사를 읽어보았습니다. 

“그 동작에(젓가락질)는 안아 옮기려고 아이를 조심스레 다루는 어머니의 손길 같은 그런 포근함이 있다. 그때 가해지는 힘은 더 이상 강제로 눌러서 밀어내는 힘이 아니다. 우리가 음식을 대하는 중요한 태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젓가락은 결코 음식물을 찢거나 썰거나 길게 자르지 않으며, 결코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다만 음식물을 분류하고 뒤집고 옮길 뿐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공격적인 도구인 나이프나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 문화에는 자연히 공손함과 배려, 그리고 따뜻함과 예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식탁에 언제부터인가 포크나 나이프보다 더 공격적인 가위가 들어왔습니다. 우리의 문화도 어느 시대보다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서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따뜻하게 다가가고 격려해주고 세워줘야 합니다. 마음속의 가위를 내려놓고 상대를 바라봅시다.

 

“²⁴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²⁵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10:24-25)

유관재목사 드림(20171008)